[주간조선] 공짜마케팅의 함정

공짜 휴대폰 시식권 무료체험 알고보니… 세상에 공짜는 없더라
<이 기사는 주간조선 2057호에 게재되었습니다.>

유례없는 불황 탓인가 얇아진 지갑을 움켜잡고 조금이라도 아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할인마트가 붐비고 저가제품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는 건 예사. ‘할인’이라는 말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초특가 90% 세일’ ‘점포정리 창고 대방출’이라는 자극적인 문구가 아니면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세태가 이렇다 보니 할인의 차원을 넘어 아예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도 늘어났다. ‘무료로 퍼줄 테니 받아만 가세요’라는 식의 공짜마케팅이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도대체 그들은 무슨 이유에서 공짜로 퍼주는 것일까? 알고 나면 망설여지는 공짜마케팅의 속내를 파헤쳐본다.

일러스트 한규하
case 1 경품 이벤트
경품 미끼로 개인정보 요구… 돈 받고 정보 팔기도

요즘 인터넷에서는 공짜 이벤트가 넘쳐나고 있다. 사용하는 휴대폰 통신사와 이름, 주민번호만 입력하면 ‘선착순 100명에게 무료로 벨소리 증정’ 등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때에 따라선 결혼 여부, 사는 곳, 직장명 등 자세한 개인 정보를 요구하기도 한다.

세이프넷코리아 이상엽 팀장은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무료 경품 이벤트가 쏟아지는 이유에 대해 “개인정보는 기업에 무료 경품 이상의 가치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텔레마케팅이나 메일마케팅을 하는 기업들에 개인정보는 중요한 마케팅 자원이라는 것이다. 그는 “사용자의 동의하에 경품을 제공하여 개인정보를 합법적으로 받아내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암암리에 개인정보 한 건당 1원에서 10원까지 거래되며 쉽게 알기 힘든 일명 ‘고급정보’는 한 건에 100원에 밀매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개인정보 획득에 열을 올리는 것은 온라인은 물론이고 오프라인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모 주유소의 포인트 적립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이 주유소의 계열사인 홈쇼핑에도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직장인 박종철(가명·33)씨는 요즘 일주일에 두세 번씩 초고속 인터넷 S사의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 박씨는 “기존 M사의 의무사용기간이 끝나자 어떻게 알았는지 S사에서 연락이 와 ‘내 정보를 어떻게 알았냐’고 항의했다”며 “M사에 연락해 ‘개인정보를 유출 당한 것이 아니냐’고 물었지만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라는 말만 했다”고 한다.

행정안전부 개인정보보호과 서정훈씨는 “최근 피해가 증가하고 있는 보이스피싱도 결국 개인정보 유출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사용에 무턱대고 동의하지 말고 개인정보가 어디에 이용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개인정보를 입력해야 참여할 수 있는 한 보험회사의 공짜이벤트(좌)와 휴대폰 대리점의 요란한 공짜광고. / photo 이경민 조선영상미디어 인턴기자
case 2 공짜 휴대폰
요금 할인을 마치 단말기 할인인 양… 약정위반 땐 위약금

‘아직도 돈 내고 휴대폰 사니?’ ‘최신형 휴대폰도 무조건 공짜’. 휴대폰 대리점에 흔히 붙어 있는 문구들이다. 그들은 어떤 이유에서 50만원을 호가하는 최신 휴대폰을 공짜로 주는 것일까? 지난 4월 18일 서울시 종로구 A 휴대폰 대리점을 찾았다. “공짜 휴대폰을 사고 싶다”고 하자 직원은 “한 달에 얼마의 요금을 쓰느냐”고 물었다. “8만원 정도”라고 답하자 직원은 최신형 터치기계를 꺼내며 “8만원 정도 쓰신다면 35만원 하는 단말기를 약정 몇 가지만 따르면 무료로 쓰실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종로구의 휴대폰 대리점 다섯 곳을 직접 다니며 확인한 결과 모두 공짜휴대폰을 주면서 여러 조건을 붙였다. △2년간 의무 약정을 체결할 것 △순수 통화료(문자메시지 등 부가서비스를 제외한 금액)가 3만~4만원을 넘을 것 △통신사에서 지정한 요금제를 선택할 것 등이었다.

결국 공짜의 비밀은 이동통신사에서 시행하고 있는 요금할인제 명목으로 단말기 분납금을 할인해주는 것이다. 계약서에 ‘할부 구매’라고 작성해 놓고 이용자에게는 “단말기 할부금에서 일정 요금을 할인해주기 때문에 공짜나 다름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최윤정 사무관은 “일부 대리점에서 공짜로 주는 것처럼 소비자들을 기만하여 이에 따른 피해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약정기간을 지키지 못하고 해지할 경우에 무는 위약금과 관련된 피해사례가 대표적이라고 한다.

대리점에서 일정기간 약정을 맺는 것은 지난해 4월부터 재시행된 의무약정제 때문이다. 의무약정제는 일정 기간 의무약정을 체결하는 대신 보조금을 지급해준다는 점에서는 소비자에게 유리하지만 휴대폰 분실, 고장 등으로 의무기간을 채우지 못할 경우에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미사용기간에 따른 나머지 단말기 할부금을 위약금으로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피해사례는 순수통화료가 일정 금액 이상 나오지 않을 경우에 계약서에 제시된 할부금액을 그대로 지불해야 하는 경우다. 소비자들이 순수통화료에는 각종 부가서비스로 인한 금액이 제외된다는 것을 모르고 있거나, 구매할 때 직원으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 최윤정 사무관은 “제대로 된 설명 없는 허위광고에 대해서는 단속을 확대하고 있다”며 “휴대폰 계약 체결 시 공짜라는 말에 현혹되지 말고 본인에게 어떠한 요금제가 제공되는지, 그 요금제가 적절한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case3 무료 체험
유인 후 유료 전환… 10분 피부관리에 혹해 수십만원 결제

‘일단 무료로 체험 서비스를 받아보세요’라는 식의 광고도 늘고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무료 체험 서비스 기간이 끝나면 계속 이용하든 말든 내 마음대로’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한국소비자원 김경희 서비스팀장은 “무료체험 서비스는 소비자들을 공짜로 유인해놓고 결국 유료로 결제하도록 하는 수단”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피해사례도 적지 않게 발견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직장인 신은경(28)씨는 피부관리체험이벤트에 당첨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1시간 동안 제공한다는 피부관리체험은 10분 만에 끝났고 나머지 50분은 ‘실장’이라고 밝힌 직원과의 면담으로 이어졌다. 실장은 신씨에게 “심한 모공 손상과 피부노화로 하루빨리 관리를 받지 않으면 안 된다”며 “3회 정도 서비스를 받아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전액 환불해주겠다”고 말했다. 신씨가 지불한 가격은 마사지 10회 비용 73만원과 화장품비용 20만원. 지불 당일 가입기념으로 마사지 1회 서비스도 제공 받았다. 하지만 마사지 3회 이용 후 오히려 피부 트러블이 심해졌고 이에 신씨는 실장에게 환불을 요구했으나 실장은 “화장품은 이미 개봉해서 환불이 안 되기 때문에 다른 화장품으로 바꿔주겠다”며 “정 환불을 원한다면 마사지 금액에서 남은 금액(6회)부분만을 환불해주겠다”고 말했다. 이는 첫날 가입기념 서비스로 이용한 것까지 포함시킨 횟수였다. 신씨는 “구두로만 계약한 사항이라 계약위반이라고 증명할 서류가 없어 신고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무료 서비스에 혹했던 게 후회스럽다”고 밝혔다. 현재 신씨는 나머지 6회분 금액만 돌려받은 상태다.

한국소비자원 김경희 팀장은 “최근엔 1만원 이하 소액결제에 대한 무료 체험 서비스 관련 신고도 잦다”고 말했다. 인터넷 음악 다운로드 프로그램 같은 경우 무료 서비스 기간이 지나면 바로 유료로 전환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요금이 결제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공짜체험이라고 무조건 승낙하기보다는 계약기간이나 계약내용에 대해 잘 따져야 한다”며 “혹시 모를 환불이나 부당요금청구에 대해 반박할 수 있는 계약서를 잘 보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case4 시식권·할인권
중복할인 X, 주말사용 X… 정작 식당 갔다 덤터기만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진행 중인 무료쿠폰.
패밀리레스토랑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는 무료쿠폰이나 무료샘플을 발행하면서 공짜마케팅을 펴고 있다. 패밀리레스토랑 아웃백과 베니건스에서는 신메뉴를 출시하면서 무료 시식권을 배포 중이다. 베니건스 홍보팀 이솔잎 대리는 “무료 시식권 배포는 쿠폰을 통해 브랜드를 각인시키고 신메뉴를 선보이도록 하는 이미지마케팅의 일환”이라며 “쿠폰의 사용 여부를 떠나 고객이 쿠폰을 지니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베니건스에서는 지난 12월 1만8000원짜리 메뉴를 1000원에 판매하는 이벤트를 시작한 이후 일일 평균 매장방문객 10% 상승이라는 효과를 봤다.

4월부터 신메뉴 론칭기념 무료쿠폰이벤트를 진행 중인 롯데리아의 무료쿠폰 회수율은 7% 정도. 롯데리아 마케팅 관계자는 “불황기에 외식 업계에서는 쿠폰 회수율이 5%만 넘어도 성공적이라고 보는 추세”라며 “무료 쿠폰제의 가장 큰 목표는 고객들의 재방문을 도모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공짜티켓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서울시 노원구에 사는 호세아(26)씨는 “무료샘플이나 무료쿠폰을 사용하면 절약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결국 이 혜택을 잘 이용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 강남구에 사는 방수용(34)씨의 생각은 다르다. “정말 필요한 쿠폰이 아니라면 아무리 공짜라도 무용지물”이라는 것. 방씨는 “공짜쿠폰의 뒷면이나 구석에는 보이지 않게 각종 제약이 쓰여져 있을 뿐 아니라 평소 받을 수 있던 할인혜택도 쿠폰을 사용하면 적용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무료쿠폰에는 ‘타 제휴카드와 중복 할인 받을 수 없음’ ‘주말에는 사용할 수 없음’ ‘△시~△시 사이에만 사용 가능함’ ‘○○에 위치한 매장에서는 사용할 수 없음’ 등의 제약이 있다.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문정숙 교수는 “공짜 쿠폰 마케팅은 불황기에 가장 효과적이고 호응이 좋은 마케팅 수단”이라며 “경기가 어려울수록 소비자들은 공짜의 이면에 숨어 있는 기회비용을 잘 따져보는 신중하고 계획적인 소비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차량용 블랙박스’ 사건을 아십니까

‘상품 구매하면 60만원 무료 통화’ 미끼 사용 어렵고 품질 불량, 무더기 환불 사태

공짜마케팅 중에는 당국이 위험성을 널리 알리고 있는데도 근절되지 않는 사기성 사례가 적지 않다. 차량용 블랙박스가 좋은 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에 공짜서비스와 관련한 불만 상담 중 ‘차량용 블랙박스’와 관련해 총 180여건의 상담이 들어왔다. 한국소비자원에서 2007년 6월 피해경보발령을 내렸지만 피해는 오히려 증가했다.

차량용 블랙박스 사건이란 당시 60만원을 호가하는 차량용 블랙박스를 구매하면 그 가격에 상당하는 무료 통화권을 준다고 선전했던 업체에 관한 사건이다. 하지만 그들이 지급한 무료 통화권은 사용 방법이 복잡할뿐 아니라 품질도 좋지 않았다. 무료 통화권에 불만을 느낀 사람들은 환불을 요구했지만 판매업체는 “환불 가능한 기간(14일)이 지났을 뿐 아니라 무료 통화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라면 다른 전화기를 설치해 주겠다”는 식으로 환불을 회피했다.

이 사건을 담당했던 한국소비자원 상품팀 김병법 차장은 “일단 상품구입을 하면 지불한 금액 만큼 선물을 주기 때문에 공짜나 다름없다는 식으로 선전해 피해가 많았다”며 “지불한 만큼 돌려준다는 것에는 무조건 의심을 해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 차장은 “업체에 시정조치를 내려 대부분 환불 조치한 상태”라며 “상품의 가격과 맞먹는 선물은 주 계약 내용이 아닌 옵션에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교묘하게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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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30 23:22 2009/05/30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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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암행어사게임 2019/08/3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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